심고 가꾼 만큼 거둔다
나는 프랑스의 농민화가 밀레의 명작 [만종(晩鐘)]과 [씨 뿌리는 사람]을 지극히 좋아한다. 어둠의 장막이 조용히 땅을 덥기 시작한다. 저 멀리서 예배당의 종소리가 은은하게 들려온다. 일하던 두 젊은 부부가 일손을 멈추고 조용히 고개를 숙여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
미국의 미술평론가 반다이크는 이 그림을 다음과 같이 평했다. “만종은 사랑과 신앙과 노동을 그린 인생의 성화(聖畵)다.” 참으로 적절한 비평이다.
나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으로 이 그림의 사진을 보고 흐뭇한 기쁨을 느꼈다. 빠리의 루브르미술관에서 이 명화 앞에 섰을 때 깊은 감명을 받았다.
[씨 뿌리는 사람]도 좋다. 한 젊은이가 생기발랄한 표정으로 넓은 벌판에서 열심히 씨를 뿌린다. 역동감(力動感)이 화폭에 넘치는 그림이다. 밀레는 일생동안 주로 일하는 농부만 그렸다. 밀레의 인생관과 예술관에 의하면, 노동 속에 미가 있다. 사람은 일 때가 가장 충실하고 아름답다고 하였다. 비유(比喩)법은 사물의 핵심을 바로 이해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의 하나다. 우리는 인생을 여러 가지로 비유할 수 있다. 나는 먼저 인생을 농사에 비유하고 싶다. 봄에 땅을 갈고 씨앗을 뿌리고 김을 매고 거름을 주고 잡초를 뽑으면서 정성껏 농사를 짓고 가을에 열매를 거둔다. 콩을 심으면 콩을 거두고 오이를 심으면 오이를 거둔다. 그래서 옛사람은 종두득두(種豆得豆) 종과득과(種瓜得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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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사람은 갈파했다.
“이농심행(以農心行) 무불성사(無不成事)”
농심을 가지고 행하면 세상에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 없다.
농심이란 무엇이냐,
다음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첫째는 근면(勤勉)이다.
둘째는 정직(정직)이다.
셋째는 기다리는 지혜(知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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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처럼 사색하고 농부처럼 일하라.”고 장자크 루소는 말했다.
땀으로 대지(大地)를 갈아라.
근면으로 생활을 건설하여라.
정성으로 씨앗을 뿌려라.
부지런히 미래를 개척하여라.
항상 감사하며 인생의 농사를 지어라.
그리고 웃으면서 생의 열매를 거두어라.
출처: 안병욱 교수 에세이 [삶의 길목에서] 자유문학사. 1988.